근황

분류없음 2014.04.16 16:19

근황 토크.


1년이 넘게 이 블로그를 쉬었다. 그 사이에 일과 신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글쓰기에 대한 프레임이 단문 위주의 SNS로 바뀌고, 일이 바빠지다보니 블로그에 소홀해졌다. 너무 오래 글쓰기를 안하다보니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느낌마저 들어 근황을 간단히 남긴다.


올 해는 우리 나이 서른 다섯이 되는 해로, 인생의 항로가 제대로 설정되어 있는 지를 한 번 점검하기로 했던 해이다. 작년 말부터 연초까지 회사 프로젝트가 정신 없이 돌아가다보니 돌이켜 생각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아니, 타성에 젖어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생각 없이 살아온 것일 수도 있다. 무언가 크게 방향 전환을 해야한다면 지금 이때다. 그런데 그럴 필요성 혹은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폭풍 뒤의 평온함을 느끼고 있는 직장 생활과 안정된 가정 환경 때문일까나.


올 해를 살아가는 기본 자세는 이렇다.


당분간 회사에서는 엔지니어로서 재미와 성취를 느끼며 본질적으로 한 단계씩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음 달에 태어나는 해를 위해 안락한 가정환경을 만들고 넘버 원과 넘버 쓰리를 더 많이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게임에 대한 집착은 조금 더 줄이고, 나의 건강과 건전한 취미 생활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IT를 하는 사람이니 시선은 넓고 멀리 두며 다가오는 좋은 기회를 날리지는 않도록 안목을 키워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겠지.

Posted by BigJo

최근 본 영화

분류없음 2012.11.30 19:07



케빈에 대하여 (2012)

We Need to Talk About Kevin 
8.1
감독
린 램지
출연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존 C. 라일리, 시옵한 폴론, 애슐리 게라시모비치
정보
스릴러 | 영국, 미국 | 112 분 | 201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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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내용임을 알기에 날 밝은 주말에 H와 함께 본 영화. 나에겐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라는 게 참 중요하고도 심오한 일임을 일깨우는 영화. 사랑 대신 증오가 가슴 속에 새겨진 아이는 반 인륜적인 범죄까지 저지를 수 있다! 유쾌하진 않지만 잘 연출된 볼만한 영화다.




서칭 포 슈가맨 (2012)

Searching for Sugar Man 
9.4
감독
말리크 벤디엘로울
출연
말리크 벤디엘로울, 로드리게즈
정보
다큐멘터리 | 스웨덴 | 86 분 | 2012-10-11


올레 케이티 동시 상영관에서 거금 만 원을 들여가며 기꺼이 본 영화. 음악을 주제로 한 다큐 영화라서 진지하면서도 귀가 즐거운 영화다. 로드리케즈의 Sugar Man~ 하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린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잔잔하고 유쾌하면서도 감동과 여운이 있는 영화. H 덕에 이런 외국의 인디 영화도 잘 챙겨보게 되니 기쁘다.




브레이킹 던 part2 (2012)

The Twilight Saga: Breaking Dawn - Part 2 
8.1
감독
빌 콘돈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로버트 패틴슨, 다코타 패닝, 테일러 로트너, 마이클 쉰
정보
판타지, 로맨스/멜로 | 미국 | 115 분 | 2012-11-15


나름 평이 좋길래 회사 워크샵 때 무려 4DX로 내 돈 안 들이고 본 영화. 4DX인데 3D 안경은 안 주고 진동과 바람 향기로 잠시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시리즈 영화인데 1편과 마지막편을 본 셈이다. 처음엔 미약한 하이틴 로맨스 영화였으나 마지막엔 다 큰 청춘들의 사랑과 싸움에 관한 볼만한 영화가 되었다. 위의 두 영화와 같은 인디/다큐 장르만 보다보면 자연스레 구미가 당기게 되는 할리우드 영화. 볼거리가 참 풍부하고 정리가 잘 된 시리즈 영화다.


이번 주말엔 26년을 꼭 봐야겠다 :)

Posted by BigJo
TAG 영화, 취미

나의 가장 오래된 취미이자 software 개발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직접적 원인이 된 게임. 20여 년 간 게임을 즐겨오면서 그 해를 대표하는 게임이 거의 매번 존재해왔는데 2012년을 대표하는 게임은 LoL(League of Legends)이다. 작년 이맘 때 쯤 국내에서 갓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을 회사 지인들이 같이하자는 말에 디아블로3를 기다리며 잠시 해보기로 마음 먹고 시작했던 게 이젠 디아블로3를 제치고  2012 최고의 게임이 되었다.





약칭 롤이라는 이 게임의 기본 형식은 5:5로 유저간 전투를 벌이는 워크래프트3의 카오스라는 미니 게임과 유사하나 이를 매우 잘 발전시켰다. 성공적인 게임이 되기 위한 기본 룰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시작할 수 있으나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를 잘 따라, 게임에 꼭 필요한 모든 요소가 무료이지만 고수가 되거나 남들보다 멋지기 위해서는 약간의 돈이 필요하다.


나름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고 미국의 신생 회사인 Riot 이라는 곳에서 개발해 블리자드의 아성을 단숨에 위협할 정도로 새롭고 좋은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우선 대전을 매칭해주는 시스템에 승패 확률 50%를 보장해주는 Elo 시스템을 도입했다. 게임을 할수록 자신의 수준에 맞는 유저들과 대전이 성사되다보니 일방적으로 승패가 갈리기 보다는 고수는 고수끼리 하수는 하수끼리 치고받는 양상이 이론상 펼쳐진다. 현재 100 개가 넘는 영웅 케릭터는 수집욕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컨텐츠 자체를 방대하게 하여 지루해질 틈이 없다. 전투에 주로 사용되는 맵은 하나이지만 포지션은 다섯 개이고 각 포지션을 모두 마스터하기까지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최고 레벨인 30에 도달하면 공식 점수가 부여되는 랭크 게밈을 할 수 있으며, 이 점수가 월등하면 프로 게이머로 전향해도 된다. 여름에 치러진 총상금 2백만 달러의 공식 LoL championship 대회는 스타크래프트 이상으로 전세계 롤 팬의 이목을 주목시켰다.


게임에 유저가 많아지고 돈이 되다보면 단점도 생기는 법. 이 게임의 최대 약점은 무절제한 유저의 언행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욕설을 하고 피해를 주는 행위를 아무리 해도 처벌은 거의 없었다. 유저의 상당수가 30대 이하의 남성이라서 그런 지, 같은 팀원이라도 off line에서 아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뛰어난 게임성을 소수의 악의적인 미꾸라지 같은 유저가 진흑탕으로 만들어 빛을 바래게 만든다. 다행히 요즘은 악질 유저를 선량한 유저가 심판할 수 있도록 tribunal 이라는 재판 시스템이 도입되어 개선될 기미가 보인다.


전체적으로 단점은 보완되고 장점은 돋보이기 때문에 플레이 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실력을 늘이기 위해 노력하며 즐기고 있다. 중요한 건 과몰입 방지와 가정의 평화 유지. MMORPG 게임에 비해 조금은 캐주얼할거라 기대하고 시작을 했는데 경기가 시작되면 30분 정도는 눈을 뗄 수가 없다. 언제까지  최고의 게임 자리를 유지할 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장르의 국민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는 eSports를 비롯해 꾸준히 즐길 듯 하다. 정체된 MMORPG 위주의 국내 게임시장도 아마 롤의 등장에 크게 긴장하고 있는 듯 하다. 새롭고 좋은 작품으로 롤을 뛰어넘어주길 바랄 뿐이다.

Posted by BigJo

제노사이드

분류없음 2012.10.22 19:45

소설이 그닥 손에 잡히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독서의 우선 순위에서 시사/교양/인문 서적에 비해 밀렸기 때문이리라. H의 강력한 추천에 힘입어 지난 주말과 이번 주말에 LoL을 즐기다 짬짬히 시간을 내어 재미난 소설을 한 권 읽었다.



제노사이드

저자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12-06-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어째서 인간은 서로 죽이며 살아가야 하는가!13계단의 작가 다카...
가격비교


일본 소설이기에 일본과 미국 아프리카가 주무대가 되어 펼쳐지는 현생 인류가 봉착한 커다란 위기에 대처하는 현실적인 내용에 과한 잘 짜여진 이야기다. 인류 멸망에 관한 과학 보고서인 "하이즈먼 리포트"라는 큰 떡밥을 던져주고, 그 중 하나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실제 전개될 수 있는 지 매우 세세하게 낚시를 하고 있다. 그 근거와 과정이 소설가가 썼다기에는 믿기 힘들 정도로 화학/생물/수학/컴퓨터 지식을 동원해서 근사하게 엮어내고 있기에 이공계 배경을 가진 나와 같은 사람은 특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읽게 된다. 대학 때 화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잊혀져가는 지식들을 되새겨보는 계기도 되었다. 가령 RSA 알고리즘을 소개하며 현생 인류는 수퍼 컴퓨터를 동원하더라도 실시간 해독이 불가능한 문제를 초인적인 존재가 뛰어난 통찰력으로 인수분해에 관한 새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면 현존하는 보안은 다 무용지물이 된다라던가...

 

소설 맨 마지막 장에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자문을 구한 다양한 이공계 지식인들에 대한 목록이 나오는데, 이 소설가 참 열심히 준비하고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치게 말랑말랑한 이야기보다는 이 소설이나 베르베르의 이야기처럼 배경과 근거가 확실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걸 다시 느겼다. 하지만 H가 나의 독서 편력이 지나치게 사회 과학과 이공계 쪽에 치우침을 지적하고 이 책을 권했 듯 독서는 다양하게 하는 게 좋을 듯 하다.

 

이 블로그에 글을 안 쓰고 일 년여를 SNS를 통해 단문의 감상만 적고 그마저도 귀찮아 했으나 하도 글을  안 쓰다보니 언어 감각이 무디어져가는 느낌이 들어 끄적여본다

Posted by BigJo
TAG 소설, 일본
지난 주말 홍대 상상마당에서 메이저가 아직 되지 않은 인디 영화 고양이 춤을 보았다. 메이저 영화관에서 본 영화들보다 보고난 후의 여운이 길게 가고, 느낀 점들이 삶의 실천과 변화로까지 이어지는 이 영화가 일주일 동안 가슴에 남아 블로그로 그 흔적을 남긴다.

고양이 춤
감독 윤기형 (2011 / 한국)
출연
상세보기

이 영화는 메이저 영화들처럼 광고와 마케팅에 의해 선택해서 본 영화가 아니고, 여느 인디 영화들처럼 누군가의 추천과 입소문에 의해 직접 검색해서 찾아가 본 영화다. 나의 경우 추천인은 우쌤. 고양이와 반려 동물들에 대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로 인해 큰 정을 주지 않던 내가 H덕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와 인식이 취향에 따라 많이 다른데 나도 어느새 H처럼 쿨하고 도도하면서도 천진난만한 고양이과를 선호하는 취향이 되어감을 느낀다. 그 와중에 보게 된 이 영화로 인해 우리 집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에 대해 좀더 이해하고 보살핌을 줄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이 작은 특성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 내 집 앞의 길고양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살고 있는 존재로 내가 고양이 밥을 준다고해서 길고양이들이 많이 꼬인다던가 하지 않는다. 고양이가 내 집 앞의 쓰레기 봉투를 뜯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면 집 앞에 고양이 밥을 주면 된다. 영화에서는 매일 밥을 얻어먹은 길고양이 한 녀석이 새를 잡아서 마당에 두고가는 보은(?)도 했다만은 굳이 그런 보상을 바라고 싶지는 않다. 하여, 영화를 본 후 빌라 형태인 우리 집 주차장 내 차 뒷 편에 고양이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있다. 주로 나보다는 H가 하지만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그릇이 아주 깨끗하게 싹 비어있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영화를 본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는데, 서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열띈 분위기였다. 감독도 나와 같은 고양이에 무관심한 남자였으나 우연한 기회에 괌심을 가지게 되고 영화까지 만든 사람이었다. 이 분의 말 중에 고양이라는 동물을 아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가질 수 있는 큰 즐거움 중에 하나라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영화를 만든 후에도 고양이를 집에서 직접 키우지는 않는 이유가 집고양이의 일생 15년 정도를 책임지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

나도 마찬가지다. 반려 동물을 집에 들인다는 것은 그들의 일생을 보살펴주며 즐거움을 얻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아직 그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이 무르익어갈수록 반려동물 한 둘은 책임질 수 있을테고 그 때에 그들을 들이기로 했다.
Posted by BigJo